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우주

십이국기가 차용한 중국 산해경과 고대 동양사상 본문

모아두기

십이국기가 차용한 중국 산해경과 고대 동양사상

Hubble 2015. 8. 7. 17:52




나무위키 십이국기 항목



십이국기는 오노 후유미라는 일본 작가의 동양적 배경의 환상소설로 1991년에 첫 권을 낸 후 현재까지 미완으로 있습니다.

내용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왕을 점지한다는 신성한 동물인 기린에게 선택되어 다른 세계로 떨어지며 생기는 일들을 다룹니다. 

국내에서는 절판되었었는데 최근에 완전판으로 다시 출판되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십이국기 시리즈 프롤로그 격인 0권 마성의 아이의 처음 부분에는 작가에게 영감을 준 것 같은 중국 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送秘書晁監還日本國 송비서조감환일본국


王維 왕유


積水不可極,安知蒼海東。적수불가극,안지창해동。

九州何處遠,萬里若乘空。구주하처원,만리약승공。

向國惟看日,歸帆但信風。향국유간일,귀범단신풍。

鰲身映天黑,魚眼射波紅。오신영천흑,어안사파홍。

鄕樹扶桑外,主人孤島中。향수부상외,주인고도중。

別離方異域,音信若爲通。별리방이역,음신약위통。


[해설]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서감 조형을 보내며

 

왕유

 

바다가 끝이 없는데, 창해의 동쪽을 어찌 아리오.

구주 중 가장 먼 곳이 어딘가, 만리 하늘을 오르는 것과 같아라.

오직 해만 보며 고국을 향하매, 돌아갈 배를 그저 바람에 맡기네.

자라 몸이 하늘빛에 검게 비치고, 어안이 파도에 붉게 어린다.

고향 나무가 부상 너머라, 주인은 외딴 섬으로 간다네.

헤어지면 이제 정말 이역인데, 소식을 어찌 전할까.






이 시는 당나라 시대 중국으로 건너간 일본인 유학생 아베노 나카마로라는 인물에게 중국시인 왕유가 읊어준 시입니다두보, 이백과 동시대에살았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베노 나카마로(阿倍仲麻呂, AD 698-770)는 당나라 장안으로 유학을 가 과거에 급제해 현종(양귀비 시대)황제 밑에서 조형(晁衡)이라는 이름을 받고 관직을 하며 이백(李白), 왕유(王維), 저광희(儲光羲) 등의 문인들과 교류를 했습니다. 중국에 유학한 지 35년이 되던 해 당을 방문한 일본 사절단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허락을 받습니다. 이에 귀국 전 마련한 송별회에서 왕유가 지어준 시가 위에 소개된 송비서조감환일본국입니다.


송별회까진 잘 치렀으나 불운한 아베노 나카마로는 일본으로 돌아가던 도중 폭풍을 만나게 됩니다. 이 때 이백이 조형의 배가 난파되어 절명했다는 오보를 듣고 곡조경형(哭晁卿衡, 조형을 곡하다)이라는 애도시를 썼다고 합니다. 



哭晁卿衡 곡조경형


李白 이백


日本晁卿辭帝都 일본조경사제도

征帆一片繞蓬壺 정범일편요봉호

明月不歸碧海沈 명월불귀벽해침

白雲愁色滿蒼梧 백운수색만창오


[해설]


조형을 곡하다


이백


일본 조대감 관직을 사양하고

조각배에 몸을 실어 봉래를 향하는데

명월이 벽해에 빠져 돌아오질 않는구나.

슬픈 빛 흰 구름만 창오산에 가득하네.



하지만 아베노 나카마로는 죽지 않고 다른 배와 떨어진 채 표류해 안남(베트남)까지 흘러갔습니다.


해적을 만나 선원 대부분을 잃는 등 갖은 고생을 하며 다시 장안에 도착하지만 그 해 일어난 안사의 난(안록산의 난)으로 결국 일본 귀국이 무산됩니다.


이에 다시 관직을 맡으며 지내다 AD770년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73세의 나이로 타국에서 생을 끝냅니다.


1200년 전에 쓰인 저 시에는 지금은 생소한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고대 중화문화권 사람들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작가는 이를 적극 차용해 소설에 반영시켰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세상을 구형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서양도 마찬가지지만 고대에는 세계와 우주를 관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십이국기에 영향을 준 것은 추연의 대구주설(혹은 적현신주설)과 동양의 대표적 천지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보입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뜻으로 고대인들은 하늘은 둥글어 끝이 없지만 땅은 모난 것이라 끝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이를 넘어가게 되면 떨어진다고 여겼습니다왕유의 시에서 "구주(九州중 가장 먼 곳"이란 고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봤을 때 해가 뜨는 곳으로 보이는 동쪽 땅 끝 일본을 뜻합니다.





추연의 대구주설은 소설 속 십이국세계의 창조신화에 등장하고 각 나라의 구획을 나누는 단위로 쓰입니다.





이를 차용해 십이국 세계에서도 역시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허해(虚海)의 동쪽 끝은 봉래(蓬萊, 일본)로 통하고, 황해(黄海) 건너편은 곤륜(崑崙,중국)으로 통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설정을 합니다.





일본 위키 항목 십이국에는 십이국기 세계관에 가장 영향을 준 것으로 고대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을 꼽습니다. 산해경은 B.C. 3~4 세기경 쓰였다고 하는 중국의 대표적 신화집입니다. 고대신화, 지리, 동물, 식물, 광물, 무술(巫术), 종교, 고사(古史), 의약, 민속, 민족 등 수많은 내용들이 쓰여 있으나 그 중 가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해 서술한 내용이 많아 신화집으로 분류됩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 상상의 책을 읽고 정말로 그것들이 실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왕유, 이백의 시에 등장하는 부상(扶桑) 나무와 봉호(蓬壺, 봉래)라는 지역 또한 산해경에 등장하는 상상의 산물입니다.




십이국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과 신선들, 해괴한 동식물, 광물, 지명, 제례들은 이 산해경에 등장한 것들을 빌려와 각색한 것입니다





부상(扶桑)은 소설 속에서는 동식물이 나는 알을 맺는 신비한 나무로 각색됩니다.





한국에도 십이국기와 유사한 세계관을 보이는 지도가 존재하는데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천하도(天下圖)가 그것입니다. 그 내용은 산해경의 중국 고대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으며, 환모양 대륙이 중심부를 둘러싼 형태의 천하도는 대체로 18세기 이후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천원지방 사상의 영향으로 테두리가 둥글게 표현되었고 가운데 중심대륙인 중국이 있습니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내해(內海)와 내해의 밖을 다시 환대륙(環大陸)이 두르고 있으며, 그 주위를 외해(外海)가 둘러싸고 있어 추연의 대구주설(적현신주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해부터 그 밖의 지역에는 지도에 따라 수십~100여 개의 나라 이름이 씌어 있으나 한국, 일본, 유구(오키나와), 안남(베트남), 섬라(타이) 등 몇 개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가 가상의 국가들입니다(소인국, 외눈박이 나라, 여인국 등).

 

붉게 표시된 것이 한국, 중국, 일본이고 푸르게 표시된 것 중 동쪽 끝은 둥치가 두개로 갈려로 서로를 받치는 모양인 부상(扶桑), 동쪽 바다에 조봉(租峯자봉(子峯손봉(孫峯)의 세봉우리가 있는 봉래(蓬萊), 서쪽 바다에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곤륜산(崑崙山)이 그려져 있습니다.


밑으로는 한국의 천하총도 모양을 본뜬 중국 게임의 지도입니다. 중국에서는 산해경이 판타지 게임의 모체가 되어 그 안의 여러 내용들을 게임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Comments